지극한 사랑과 성찰의 숲
'로미지안 가든 Romyzian Garden'
짙은 녹음이 빼곡한 어도원길을 따라 해발 550m의 산등성이에 이르고, 이내 10만 평 규모에 달하는 숲의 정원에 닿는다. 입구에서 바로 연결된 ‘인생2경’ 길에 들어서자마자 로미지안 가든의 고유한 풍경에 탄식이 절로 난다. 하늘을 조화롭게 뒤덮은 키 큰 나무들 아래 양치식물 군락과 이끼가 감싼 돌, 솟아오른 작은 풀꽃이 촉촉한 바람에 일렁이고, 생명들의 무수한 소리가 사방에서 흔들린다.
가든에는 알프스 고원을 닮은 ‘가시버시성’을 중심으로, 60여 개의 명상 스폿, 순례길을 포함한 트레킹 트레일 7개가 흩어져 있다. 어느 곳을 선택해도 좋지만, 베고니아하우스에서 햇빛치유장을 잇는 ‘심언사 연길’을 추천한다. 고인돌을 닮은 탑바위 문을 통과하면 허리춤까지 차오른 수국밭을 가로지른다. 어느새 ‘깨달음의 자작나무 숲’에 둘러싸이고, 가늘고 새하얀 기둥이 언덕 면에 나선으로 박힌 풍경은 이국적이고 신비롭다.
금강송산림욕장은 로미지안 가든에서 누구나 꼭 한 번 들르는 명소다. 숲을 보호하기 위해 데크 로드를 바닥에서 일정 거리 띄워 설치했고, 따로 또 같이 산림욕 할 수 있도록 독립적 공간의 데크를 띄엄띄엄 두었다. 선베드에 누워 피톤치드 샤워를 하고, 아리윈드 차임벨 소리가 숲의 파동을 따라 몸을 두들기면 왜 이곳을 치유의 정원이라 부르는지 절로 끄덕이게 된다.
이토록 아름다운 풍경이 한 사람의 지극한 사랑과 노고로 완성되었다는 것이 놀랍다. 기업가이던 손진익 대표는 천식으로 오래 투병한 아내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정선 깊은 산속에 터를 잡고 10년 동안 정원을 돌보았다. 이런 부부의 사랑을 상징하는 것이 가든 중심에서 만나는 가시버시성이다. 가시버시는 ‘부부’라는 뜻의 순우리말로, 고난이 닥칠 때마다 서로 버팀목이 되어주며 쌓은 사랑의 안식처를 의미한다고. 부부의 애틋한 사랑과 자연의 생명력이 조화롭게 관계하며 고유한 풍경 그 자체가 되었다.
트레킹 코스는 1시간에서 길게는 3시간 남짓 걸리지만, 발길 붙잡는 곳마다 호젓하게 머물다 보면 하루가 훌쩍 흐른다. 글램핑장이나 마운틴하우스에서 숙박하며 청정 별빛과 새벽 운무를 목격하거나 숲에서 사유의 시간을 누리는 것도 좋겠다. 로미지안 가든은 2021년부터 2년 연속 문화체육관광부, 한국관광공사가 지정한 ‘웰니스 추천 관광지’다. 나와 주변, 자연과 조화로운 관계를 온몸으로 감각하며 경험하는 배움의 공간이자, ‘잘 사는 것’에 관한 투명한 질문이 견고하게 일어나는 성찰의 숲이다.